여성의 삶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그 첫 단계는 친가(親家) 시절로, 친가의 부모 슬하에서 신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가정교육을 받으면서 생활한다.
이 시절에는 친가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출가해야 하는 다음 단계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준비에 마음을 죄게 된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여성교육은 특정교육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정단위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가문마다 나름대로의 개성 있는 생활목표를 세워놓고 그에 맞추어 교육을 시켰다.
이 때 교과서 구실을 한 책들을 보면,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 한씨(昭惠王后韓氏)가 이루어 낸 『내훈(內訓)』 7편이 있다. 1475년(성종 6)에 간행되었으며, 언행·효행·혼례·모의(母儀)·돈목(敦睦)·염검(廉儉)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또한 선희궁 영빈이씨(宣禧宮映嬪李氏)는 한글로 『여범(女範)』 4권을 내어 출중한 여성들의 행적과 덕목을 다루었다. 그리고 일반인으로는 최세진(崔世珍)이 『여사서언해(女四書諺解)』를 펴냈다.
그리하여 후한(後漢)조대가(曹大家)의 『여계(女誡)』, 당나라 송약소(宋若昭)의 『여논어(女論語)』, 명나라 인효문황후(仁孝文皇后)의 『내훈(內訓)』, 왕절부(王節婦)의 『여범(女範)』 등이 여성들을 위한 주요 교과서가 되었다.
여성교육에 대해 영조 때의 이덕무(李德懋)는 “여성의 교육으로는 『논어』·『모시(毛詩)』·『소학』·『여사서』를 읽어 그 뜻을 알고, 백가성(百家姓)과 선세보계(先世譜系) 그리고 역대국호(歷代國號)와 성현(聖賢)의 명자(名字)나 알면 된다.”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가문마다 각기 출가할 딸들을 위하여 가사(歌辭)나 훈계서(訓戒書) 등을 지어 교육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송시열(宋時烈)의 『우암계녀서(尤菴戒女書)』와 해평윤씨(海平尹氏)의 『규범(閨範)』 등을 들 수 있다. 송시열의 『우암계녀서』의 내용을 보면 부모 섬기는 도리, 남편 섬기는 도리, 시부모 섬기는 도리, 형제 화목하는 도리, 자식 가르치는 도리 등 모두 20항목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항목들을 살펴보면, 모두 부덕을 쌓는 수신적(修身的)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여성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었던가가 자명하여 진다.
이덕무는 사소절(士小節)에서 여성이 시문을 지어서 밖으로 나돌게 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부덕을 쌓는 일에만 치중하여 여성을 교육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기로 접어들면서 여성계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였다.
1894년 4월 팔도에 사민평등(四民平等)의 윤음(綸音)을 내려 남녀의 인권평등을 선포하였으며, 이어서 그 해 6월에는 「갑오개혁령」을 내려 국법으로 조혼을 금지시키고 과부의 재혼을 허락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 여성계에 온 가장 큰 변화의 한 가지는 개방적 교육의 실시였다. 종래 폐쇄된 속에서 가정단위로 이루어지던 여성교육이 밖으로 열린 사회에서 집단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1886년 미국인 스크랜턴부인이 이화학당(梨花學堂)을 세움으로써 근대적인 여성교육의 문을 연 이래로 여기저기에 여학교가 서게 되었으며, 1908년에는 마침내 「고등여학교령」이 선포됨으로써 여성교육은 획기적인 발전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
이로부터 여성들은 근대화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여성교육이 오늘날과 같이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여성들의 활동 범위도 자연히 가정에서 사회로 그 폭이 넓어지고, 생활의식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성이 성년이 되면 출가하여 다른 가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야 한다는 생활양식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만큼 오늘날도 혼인 전 여성들의 삶은, 자연히 다음 단계의 삶을 의식하게 되었으며 교육도 대부분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혼기에 이르러 출가하면 새로운 가정에서 두번째 단계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출가하면 남편의 부모를 모시게 되고 그 가문의 법도에 따라서 생활하게 되며, 아이를 가지게 되면 비로소 어머니가 된다.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주어진 임무를 어쩔 수 없이 떠맡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녀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숭고한 자기희생의 정신이 싹트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그만큼 여성은 어머니가 되는 과정에서 헌신적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여성은 유아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기거와 동작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음식도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절제하여 먹는다.
이처럼 출산 전 태아에 대한 교육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송시열은 그의 『계녀서』에서 “자식을 배었을 때 잡된 음식을 먹지 않으며, 기울어진 자리에 눕지도 않고 몸을 단정히 해 자식을 낳아야 자연 단정한 자식이 태어나느니라.”라고 하였다.
태아가 열 달이 되어 출산하게 되면, 어머니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것은 유아가 성장함에 따라서 독자적 개성을 가지게 되고, 그 형성된 인성은 가정과 사회에 바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머니는 자녀를 유아 때부터 건강하게 길러야 함은 물론, 한 사람의 인격을 갖출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며 교육에 힘써야 한다.
자녀교육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감안하여 과거에는 아버지와 분담하기도 하였던 것 같다. 송시열은 『계녀서』에서 “딸자식은 어머니가 가르치고 아들자식은 아버지가 가르친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도 자녀교육에 있어서의 어머니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들자식도 글을 배우기 전에는 어머니에게 있으니, 어렸을 때부터 속이지 말고, 너무 때리지 말고, 글을 배울 때에도 순서 없이 권하지 말고, 하루 세 번씩 권하여 읽히고, 잡된 장난을 못 하게 하고, 보는 데에서 드러눕지 말게 하고, 친구와 언약하였다고 하거든 시행하여 남과 실언하지 말게 하고, 잡된 사람과 사귀지 못하게 하고, 일가 제사에 참례하게 하고, 온갖 행실을 옛사람의 행적을 본받게 하고, 15세가 넘거든 아버지에게 전하여 잘 가르치게 하여 백사를 한결같이 가르치면 자연히 단정하고 어진 선비가 되느니라.”라고 하였다.
자녀가 성장하여 혼인할 나이가 되면 어머니는 그 자녀의 장래를 위하여 다양한 구실을 하게 된다. 자녀의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는 서로의 인격과 취미와 개성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고, 자녀들의 장래와 가문에 미칠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하여 자녀의 좋은 상담역할을 하여야 하고, 때로는 앞장서서 희생적인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녀가 혼인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면 독립된 한 세대를 이루는 것이지만, 자녀가 한 세대로 독립이 되었다고 하여 어머니의 구실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새 세대의 건전한 출발을 위하여 끊임없이 보살피고 또한 그것을 의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그 손자들에게까지도 똑같은 모정으로 애정을 쏟는다.
예로부터 한 사람의 자녀를 길러내는 데 있어 어머니가 감당해야 할 임무는 이렇게 다양하고도 큰 것이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구실은 오늘날에도 근본적으로는 별로 달라진 바 없으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기능이 변화함에 따라 그 외부적 양상은 많이 바뀌었다.
전통사회의 오랜 생활의식은 갑오경장 이후 변화를 거듭하여오다가 일제 치하를 벗어나 광복을 맞으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새로운 사조와 문화를 받아들였으며, 그에 따라서 산업사회를 맞았고 민주주의가 싹트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여성들에게도 사회진출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여성들의 임무와 어머니의 구실도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다.
과거의 여성들이 제한된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희생과 봉사의 일생을 보냈다면, 현대 여성들은 개방적 활동의 자유가 주어진 대신 이중의 임무를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 여성들은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는 임무 외에도 왕성한 의욕을 갖고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중의 임무를 진다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지만, 여성들은 스스로 그 길을 택함으로써 보다 큰 삶의 보람을 찾고자 한다. 현대의 달라진 사회여건 속에서도 어머니의 역할은 지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어머니들이 다산의 고통을 겪고, 여러 자녀들을 키우는 데 노력하였다면, 현대의 어머니들은 산아제한 속에 적은 수의 자녀를 잘 가르쳐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적은 수의 자녀를 기르는 어머니의 마음은 자칫하면 불안에 싸이게 된다. 게다가 현대의 어머니는 자녀의 교육과정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더한층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 치열한 사회경쟁에서 늠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하여, 어머니들은 유아교육으로부터 최고학부에 이르기까지 힘을 다하여 정성을 쏟는다.